페퍼톤스 마음 [동굴 속 수다쟁이]

이상하게 그 때 들었던 노래가 아닌데도, 페퍼톤스 노래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서 그랬는지 BIKINI를 듣다가 오키나와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구도는 잘 기억하고 있지. 아 순간 심쿵했네.
노래는 이래서 좋다. 잊어버리고 있던 걸 갑자기 훅 꺼내와서 메말라 있던 감정이 촉촉해지는 느낌.
다행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지는 않고 배시시 웃게 되는 게 좋다.
꺼내올 감정이, 추억이 많아서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한 번 생각나면 그 친구 관련해서 내가 쓴 글을 쭉 다시 읽어보곤 하는데 항상 웃다가, 아련하다가 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함께해서 참 좋았다는 거다.

평생 두고두고, 가끔씩, 혼자서, 웃으면서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19개월의 특기는 드러눕기

덥고, 여전히 바쁘고, 어린이집 방학이다.
7월 내내 바빠서 양가 어머님들이 돌아가며 세뿅이를 봐주셨는데 아 진짜 방학기간은 괴롭구나.

세뿅이를 안을 수 없는 할머니가 와 계신 동안은 TV 중독과 새벽에 일어나 2시간 놀기가 일과처럼 자리를 잡는 바람에 이건 안 되겠다 하고 마음 먹고 어느 새벽에 1시간 반을 울려봤다. 중간중간 물도 마셔가며 온 힘을 다해 울다가 지쳐서 그랬는지 포기한 건지 결국 잠듬. 그 사이에 온갖 물건을 집어던지고 때리고 버둥거리고 난리도 아님. 새벽 3시에 아파트가 떠나가도록 우는 소리에 주민들은 힘들었겠지만 다행히 그날 이후로 새벽에 깨는 일도, 밤중에 TV를 보겠다고 방으로 뛰어가는 일도 없었다. 역시 울리는 건 좋은 방법이었다.
물론 어머님은 아직 말귀도 못 알아듣는데 하고싶은 대로 해줘라 하고 발을 굴렀지만 아들내외가 고집이 만만치 않아서 조바심 내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음. 결과가 좋으니 다행이었다.

요즘은 조금만 잘 안 되면 바닥에 드러누워 우는 척을 하는데, 집에서는 드러눕고 밖에서는 철푸덕 주저앉는다. 밖에서 누우면 더럽고 아프다는 걸 아는 건지. 눕지 말고 말을 하든 몸을 쓰든 하라고 얘기하면 손을 끌고 현관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뭐. 나름 발전이라면 발전인가. 그냥 말을 하라니까. 끄덕끄덕과 응 하는 대답만 늘었다.

말귀는 꽤 알아먹는 거 같은데, 분명히 배웠을 것 같아서 시켜본 "예쁜~짓"에 손가락으로 볼따구를 찍어댄 덕에 필살기가 생겼다. 어른들한테 폭발적인 반응.
놀이터에서 만난 동갑내기 여자애한테 몇살이냐 물어보니 손가락 세 개를 편 것을 보고 언니가 놀라 와 그런 개념을 알다니! 하고 폭풍칭찬을 했더니 소심하게 저도 연습을 해보더니 다음부터는 세뿅이 몇 살? 하면 어설프게 3을 만들어 보이기 시작했다.
식사는 자기한테 관심을 안 주면 온 식탁에 음식을 다 쏟고 숟가락과 포크를 던지고 난장판을 만드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손으로 먹을지언정 비교적 깔끔하게 먹어준다.

다른 건... 7월에 애를 안 봐서 잘 모르겠다. 으헝헝-
다음주부턴 다시 어린이집에 갈 테니 좀 여유가 생기겠지 싶음.



이거 큰일일세, 이노무 프로듀스 눈과 귀

중고딩 때도 안 하던 아이돌 덕질을 하게 생겼다.
나는 학창시절 단 한 번도 아이돌을 좋아해 본 역사가 없고 아이돌팬을 약간 무시하기까지 하며 뮤지션 계열만 죽어라 팠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왜 내가 그 때 김원준을 안 좋아했지! 저렇게 예쁜데! 아 물론 김원준은 싱어송라이터라서 아이돌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그 땐 위상이 그랬다.
 
오디션프로그램은 그래도 그럭저럭 챙겨봐서 슈스케, 탑밴드, 보이스코리아, 프로듀스 시리즈, 최근에는 슈퍼밴드까지는 봤는데 이 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이돌 관련은 프로듀스가 유일하다. 프로듀스 2시즌이 워낙 흥하기도 해서 그건 1회부터 꼬박꼬박 챙겨보고 고정픽도 있었고 데뷔도 시켰고 그리고 나서는 나몰라라 했는데 이번은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다. 워너원이 한참 활동할 때쯤 육아 때문에 몸이 묶여 어딜 다닐 상황도 아니었지만 꼭 내가 아니라도 워낙 인기가 많으니 굳이 나까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참고로 그 때 투픽은 다녤이랑 옹이었고 실제 투표는 옹에게. 그런데 사실 내 취향은 완벽 다니엘이다.

그리고 3도 나름 챙겨봤지. 투픽이 권은비랑 이가은이었는데 더 불안했던 은비한테 생방 투표했다가 가은이 떨어지고 나서 밀려드는 후회... 그래서 이번엔 원픽을 확실히 정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근데 문제는 4가 너무 재미가 없었다. 외모도 실력도 평균치가 훨씬 떨어져서 대충대충 보고 경연도 일하면서 날림으로 보고 등등. 중간에 내가 이걸 왜 보나 싶어서 2시리즈를 다시 처음부터 보면서 아, 역시 얘네들이 잘하지 암요! 하며 즐거워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는 걸려들고 말았다..
2차 순위발표식에서 이진혁을 본 게 문제였는데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1위 발표 단상에 올라가서 마이크 잡은 진혁이 보는데 어 저건 좀 멋진데 싶은 거다. 퍼포먼스가 아니라 말하는 거 보고 꽂히다니 참.. 아무튼 그 때 보고 저 자리가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서 다음 회부터는 나름 집중해서 보기 시작.


첫인상이 새까만 머리에 시원하게 웃고 진지한 표정도 있고 말 또박또박 잘하고 담백한 범생이같지만 쾌남 같은 이미지라서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는 않은 모양? 자기더러 계속 쎄 보이는 인상이라고 그래서 뭔 소린가 했다. 게다가 저렇게 현실에는 없는 현실남친처럼 생겼는데 키가 185라고? 다리 길이 실화냐.. 그 갭도 좋고 입 큰 것도 좋다좋다 하면서 계속 봄.

이런 이미지인가? 나는 친근해 보이는 진혁이가 저렇게 날카롭게 꾸며놔서 오 새로운 모습 하고 좋아했는데 저게 평소 이미지인가?


이 비현실적인 비율.


문제는 3차경연 준비 보다가 전혀 내 취향의 얼굴과 거리가 먼 이한결한테 정이 들었다는 건데, 아 물론 1차 때 핑크수트에 검은망사티 입은 걔는 기억하고 있었다. 2차경연 때 센터 나왔던 육식동물도 물론. 직캠까진 당연히 안 챙겨봐서 그냥 넘어갔는데 어쩐지 3차 때는 눈에 밟혀서 3차 순위발표식 즈음에 진혁이랑 한결이가 투픽으로 떠올랐고 마지막회 당일까지 꼭 원픽을 정해야지 결심하고 일하는 짬짬이 조금씩 찾아보기 시작. 온라인투표는 그날그날 당기는 애로 찍어놓고-_-

생방 3일 전쯤인가 원픽이 한결이로 정해졌다. 3차 순발식에서 진혁이가 3위를 했다고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걸 가은이의 전례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 있었고 피지컬이냐 퍼포먼스냐를 따졌을 때는 결국 퍼포먼스라는 것. 물론 진혁이가 신체조건이 좋긴 하지만 너무 말라서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기도... 물론 옷발은 최고로 잘 받는다만.

한결이는 너무 진하고 좀 느끼하기도 하고 키도 은근 크지 않고(176) 팔다리가 긴 것도 아닌데! 황찬성 닮아서는 춤선이 너무나 내 취향. 칼각에 힘이 좋은 스타일에다 격한 동작에도 코어근육이 좋은지 몸통이 중심을 딱 집고 있는 게 매우 마음에 들었다. 지나치게 끼 부리지 않는 표정도 딱 적당해. 종잇장같은 애들(그런데 진혁이는 왜..), 초식동물같은 애들은 일단 제끼고 보는 나인지라 차라리 이 찐한 애가 보기가 편했던 건가.

이래저래 시간은 흘러 생방날이 되었는데 어쩐지 한결이는 좀 잘될 것 같은 느낌이고 떨어져도 아슬할 것 같은데 진혁이는 내심 쬐금 불안한 거야. 그렇다고 이제와서 원픽을 바꿀 수는 없고 해서 나, 신랑, 집에 올라와 계시던 시부모님(!!), 언니랑 형부, 다른쪽에서 활동하는 덕후 3명의 표를 확보. 와 나같은 일반인도 63표(생방문자는 1인 7표로 계산해서)나 확보했네.



결과적으로, 한결이는 미친듯한 코어픽과 생방만 보는 일반인 표가 몰리면서 7위로 데뷔를 확정짓고 진혁이는 당일 11위 누적 14위로 탈락.. 하.... 진짜 내가... 진짜 마음이 안 좋더라.
그래 뭐 처음 보는 사람은 한결이 같이 눈에 팍 띄게 다르게 생긴 애가 눈에 들어오겠지. 진혁이도 훌륭하지만 자세히 보아야 예쁜 스타일에 가깝고. 하..
이번 시즌이 아무리 망했다고 하나 이렇게 데뷔하는 게 무조건 좋은 거지 다시 돌아가는 게 절망이라는 걸 알아서 너무 미안한 거.
울면서도 할 말 다 하고 당당해 보이는 게 아 진짜 멋지기는 한데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고 뭐 그래서 안타까웠다는 거.

한편으로는 데뷔순위에 들어본 적도 없다가 갑자기 데뷔하는 바람에 애먼 욕을 다 먹는 한결이 때문에 흥 코어의 힘을 보여주마 싶기도 하고 누나들에게 시간은 없지만 돈이 있다! 애송이들이 뭘 알지도 못하고 까내리고 있네 주장하고 싶기도 하고 유치하지만 좀 그러네?
진혁이는 어떻게 응원해야 하나 막막하긴 하지만 뭐 지원할 길이 있다면 누나가 돈을 쓸게. 그래도 이번에 나와서 팬은 많이 늘었을 테니까 좀 낫지 않을까 싶다만 11위로 떨어지면 후유증이 얼마나 갈지 상상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내 원픽 판단을 확고하게 해준 한결이 영상 두 개를 남겨 본다.




https://tv.naver.com/v/8713437 이건 네이버 고화질 네이버가 영상을 퍼가기 어렵게 해 놓았구만.







사족: 사실 이번 편 전체에서 외모만 따졌을 때 내 취향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21위 한 김국헌이다.

18개월은 이래저래 걱정

여행에서 돌아온 후 며칠 되지 않아 목감기로 인한 고열이 시작된 세뿅.
가뜩이나 바쁜데 평일 5일 중 어린이집에 간 날이 이틀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며칠동안 열이 내리지 않아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2시간마다 해열제 교차복용을 하고, 그 때마다 깨고, 수면사이클 다 무너져서 아침 늦게 일어나 버리면 어린이집 일정에 맞출 수가 없는 거다. 점심 먹고 낮잠 자야 되는데 11시에 일어나 버리면 어쩔. 결국 내려간지 1주일밖에 안 된 엄마를 다시 호출.
마감하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여행 가느라 못한 운동 몰아서 하니 힘든데 더 두들겨 맞은 것 같은 기분. 정신 못차리고 며칠 더 도움을 받다가 약간 덩치가 있는 며칠짜리 일을 받고 나니 전투력이 상승하더라. 아.. 나는 그냥 일을 해야 되는 팔자로구나. 
신랑은 주말출근도 하는 처지에다 퇴근이 10시 반... 이번주부터 겨우 9시 반에 현관문 여는데 그것만로도 만세를 부르고 있다.
세뿅도 요즘 너무 자주 아픈 것 같아 신경이 쓰여서 뭐라도 먹여야 되나 고민만 하는 중.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면 또 괜찮을 것 같은데 이게 또 더 문제.
어느 날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혹시 집에서 엄마아빠를 때리나요? 라고 묻는다. 이놈이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때리는 거. 그것도 한참 덩치 큰 형같은 친구를. 그쪽 엄마를 만날 일이 있어서 사과했더니 그 아이가 세뿅이가 쌓아놓은 블럭을 망가뜨리려고 해서 생긴 일이었다고 애들 다 그렇지 뭐 하며 괜찮다고 하시더라만,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 아닌가. 집에서는 블럭을 별로 가지고 놀지도 않고 형아들이 뭐 만들어놓으면 분해하기 바쁜 녀석인데... 기분 나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손톱을 최대한 자주 잘라주고 그 전에도 그랬지만 때리면 아니야, 쓰담쓰담 해줘야지- 하고 매번 말해주고 고쳐주기는 하는데 그때 뿐인 것 같은 느낌. 선생님이 100% 다 막아줄 수도 없고 막으면 손을 뿌리치거나 선생님까지 때린다고 해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금요일엔 친구를 때리려는 세뿅이를 막다가 순간적으로 선생님 손가락이 세뿅이 입으로 들어가면서 입안에 상처가 생겨 피가 났다고 하는데 다쳐도 싸다고-_- 이놈아.
차라리 맞고 오면 마음이 덜 불편할 텐데, 심지어 어제는 유일하게 저보다 어린 여자아이도 때렸다고 해서 억장이...

요즘 물건도 던지고 마음대로 안 되면 철푸덕 주저앉고 엎어지고 누워서 생떼를 쓰는 일이 생겼는데, 이것도 다 지나가는 과정이겠지 생각이 들다가도 아 그래도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남한테 피해를 주는 일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나를 때릴 때는 악! 하고 엉엉 우는 척을 하면 이제 저도 미안한지 얼굴을 쓰담쓰담 해주는데, 친구들이 그런 반응을 해줄 리가 없고 언제쯤 좋아질까 걱정근심. 매일아침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오늘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놀아, 때리지 말고 쓰담쓰담, 어쩌고저쩌고 하고 있으면 알아듣는 건지 마는 건지 응응 하긴 하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나마 한동안 어린이집 들어갈 때마다 울어서 어쩌나 했는데 이제 다행히 나아져서 안녕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인데, 이러다 어린이집 못 보내게 되면 어쩌지 싶고. 

그 외에는...
헤어져 있는 동안 엄마는 확실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아빠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건 장난에 가깝고, 그냥 호칭은 다 엄마다. 아빠 이모 이모부 할머니 형아들 다. ㅋ 그래도 말귀를 알아먹는 건 확실히 좋아졌다. 응 아니면 끄덕끄덕 도리도리가 다지만, 얼추 맞게 대답하는 것 같다. 똥을 쌌는지 물어볼 때라든가.

웬만한 건 다 잘 먹지만 살구도 역시 잘 먹었다. 임신했을 때 살구가 너무 먹고 싶어서 아빠가 보내는 줄 때까지 못 참고 6알에 7000원이나 하는 걸 마트에서 사다 먹기도 했으니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너무나 훌륭한 과일이다. 쪼개기도 쉽고 과육도 부드럽고 씨도 깔끔하게 빠져서 깨끗하게 먹기 좋음.
액체를 마시고 나면 항상 '캬~'를 해줘야 한다. 심지어 약을 먹을 때도 그렇다. 이상한 건 참 쉽게도 따라한단 말이지.
식사는 그냥 차려놓고 구경만 하는 편이다. 밥을 분리하기 어려울 때는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반찬 담는 동안 동동거리면 반찬을 약간 잘라서 건네주고, 밥 푸러 가자~ 하고 같이 가서 얼만큼 먹을지 확인하고, 식사가 끝나면 흘린 음식을 치우고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히고 얼굴과 손을 씻어주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먹이는 게 목욕시키는 것보다 귀찮은 걸 보면, 안 먹는 애들은 정말 고생이겠다 싶음.
 
아빠는 친밀도와 희소성이 모두 높아서 주말이 되면 아빠 팔이 빠질 지경. 하루종일 안아달라고 한다. 주말에 못 쉬는 게 불쌍하긴 하지만 평일의 나도 불쌍하므로 그냥 모른 척하고 있다. 가끔 나란히 앉을 기회가 있으면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긴 하지만 거기서 끝. 서로 너무 허덕거리고 있어서 욕 본다- 하고 말만 하고 입 닦기.
주말부부보다 못한 몇 주를 보내서 대화가 매우 그립다. 하반기 되면 출장러시라던데 아아 그것도 어떻게 지나가곘지 ㅠ 

캐나다 칠순여행-5 록키 버스여행 여행

4일차에 묵었던 숙소는 Pomery Kananaskis Mountain Lodge라는, 꽤 고급진 리조트였다.
부지가 엄청나게 넓고, 건물도 많고, 풍경이 아주 끝내줬는데, 매일 그랬듯이 이 날도 이 아름다운 호텔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조식 먹으러 갈 때 몇 장 찍어놓은 게 다다. 나는 호텔 구경하러 온 거 아니야~ 하고 속 편하게 잤지만 지나고 보니 조금 아깝기도? 특히 들어가는 길에 끝없이 펼쳐진 자작나무숲이 예쁘다.


식당 쪽에서 숙소가 있던 건물쪽을 바로보고 찍은 사진. 날씨도 좋았지만 여기저기 신경 써서 꾸며놓은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결정적으로 조식이 맛있었다. 6박 했던 모든 숙소 중 조식은 단연 탑.


이 정도의 퀄리티 메뉴로 규모가 찍힌 것의 3~4배쯤.

아이들 시선에서 보자면 물놀이장이 최고였다고 한다.




나는 자느라 이쪽은 가보지도 못했지만 애들 말로는 여기가 캐나다 여행 중 최고였다고. 사진으로만 봐도 굉장하다.


아무튼, 이날은 엄청 일찍 호텔을 나서서 끝없이 버스여행을 해야 했는데 원래 록키는 그렇게 보는 거라며?
일단 이 날은 도로가 중요하니까 일단 동선부터. 누르면 보기좋게 커져요.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숙소를 떠나 잠시 동북쪽으로 가다가 1번 국도를 타게 되는데, 1번국도를 타기 전에 왼쪽으로는 록키, 오른쪽으로는 대평원이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 이어서 1번을 타고 죽 올라가다가 레이크루이스를 기점으로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라는 93번 국도를 타게 된다. 다만 버스 기준으로 왼쪽에 멋있는 게 더 많아서 갈 때는 별 재미를 못 보다가 내려올 때 다 보게 되었는데, 내가 보기엔 93번보다 더 멋진 구간이 있었다.

일단 옵션투어의 날이니 옵션을 즐기러 가기로 한다.
옵션은 콜롬비아아이스필드에서 설상차 타기, 그리고 헬기투어다. 일단 설상차는 엄마아빠를 빼고 아이 둘과 언니와 내가 신청했는데 이유는 엄빠는 이미 남미에서 빙하의 끝판왕을 보고 왔다는 것. 레이크루이스에서도 이 정도 호수는 다른 데도 많다고 하질 않나 이 아이스필드에서도 남미에 비하면 아주 소소한 수준이라고 해서 돈 쓴 사람을 맘 상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흑. 아니 꼭 그렇게 순위를 매겼어야 속이 시원했냐!!! 고산병에 걸려서 생고생을 하고도 남미남미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자연으로는 확실히 끝판왕인 거 같은데.. 내가 나중에 꼭 가보고 반격할 테다.

아이스필드 앞에 있는 푸드코트는 정말... 별로다. 너무 비싸...
어쨌든, 결과적으로 설상차 타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틀 전 눈이 내려서 바닥이 희고 깨끗했고 그 사이사이로 푸른빛의 빙하가 보여서 딱 좋은 날에 갔다는 느낌. 날씨도 청명해서 사진을 찍으면 눈이 자연반사판 역할을 해주면서 피부가 화사화사- 며칠 전 눈이 왔고 날씨가 좋은 날엔 사진 찍으러라도 꼭 가야 한다! 그리고 만 5세까지는 공짜로 탈 수 있다.

조카들아 미안하다... 나만 멀쩡하게 나왔구나.


조카들아 미안하다 222 이게 언니의 구린 폰카로 찍어도 무보정으로 이 정도는 나와 주니 제대로 찍으면 어쩜 인생샷을 건질지도?
배경에 다른 관광객들이 너무 많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이스필드는 지도상 역삼각형의 왼쪽 꼭지점에 있는 곳이고 이어서 헬기투어는 오른쪽 꼭지점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데 내 느낌상 93번국도를 빠져나와서 11번을 타고 호수를 지나 바로 헬기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잠깐 본 것 뿐이지만 여기 풍경이 정말정말 멋지다. 93번을 다시 타고 내려올 때보다 훨씬 멋졌던 것 같다.


이건 93번 국도에서 보이는 일명 '타이타닉'. 왼쪽에 보이는 설산이 배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화재인가 제선충인가 둘 중 하나로 고사한 나무들. 산불의 흔적도 여기저기 보이고 제선충도 아 정말 너무하다 싶게 퍼져서 안타까웠는데, 얘네들은 죽어도 멋있네.




93번과 11번의 짬뽕이다. 어디가 어딘지 식별 불가능.. 어쨌거나 대충 버스 안에서 찍어도 이 정도다.
몇 번이나 잠시 내려서 좀 더 가까이 유리창 너머가 아닌 맨눈으로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패키지인 게 아쉬운 순간이었다.
오가면서 곰들도 서너 번 나타났는데 나는 2번쯤 봤나. 곰 말고도 사슴도 가끔 나와서 조카들이 지겨워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 주었다. 이쯤 되니 투어에 완벽 적응한 듯도 싶고.

이 날은 그야말로 옵션투어의 날이었던 관계로 옵션선택을 안 한 사람은 버스 창밖만 바라봐야 했겠지만-우리 엄빠-바깥풍경이 워낙 멋지고 어차피 록키에 왔다면 93번국도는 탔어야 할 테니까 크게 불만은 없었다. 다만 숙소인 레벨스톡까지 가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 숙소에 도착했을 땐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어우 토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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