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월, 나는 개점휴업 기타

세뿅이는 어제부로 27개월 어린이가 되었다.
그리고 영유가검진 발달평가 판정에서 심화평가 권고를 하는 우편물을 받았다.
3개월만 지나면 30개월이니까 흠 그래 슬슬 생각해 봐야겠다 싶긴 한데..
받으니까 기분이 확실히 요상하긴 하다.
오른손 왼손으로 바꿔가며 가위질까지 하는 앤데 표현이 너무 딸리는 건 사실이니 코로나가 좀 잦아들면 가봐야 하나.


나는 지난주 마감을 하고 상당히 한가한 상태가 되었다.
거래하는 회사가 재택근무를 2주나 하는 바람에 업무속도가 느려지기도 했고 세뿅이가 계속 집에 있어서 거절한 일도 있고 이래저래.
운동 재등록도 하고 두드러기 주사도 맞는 달이어서 카드값이 폭발하야 여행경비로 모아둔 200만원이 넘는 돈을 탈탈 털게 생겼다. 허무하네.
연말로 비행기편을 미뤄두긴 했지만 상황이 이래서야 원 해외여행이 가능할지 모르겠고. 이 상황이 끝난 뒤 분위기도 좀 걱정이고 그렇다. 그래도 다행인 건 취소수수료는 거의 들지 않을 거라는 사실? 비행기는 마일리지로 끊었고 숙소는 다 무료취소 가능조건이고 다른 예약들은 거의 취소수수료 정산이 끝났기 때문.

기본적으로 우리집은 고정비가 엄청 많이 드는 가계인 관계로 고정비를 제외한 것들은 엥겔지수 100을 위해 노력해 볼까 하고. 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가혹한 3월이다. 


운동은 몇주째 못 가고 있고 4월 5일까진 문을 안 연다고 하니 집에서라도 뭘 해야겠는데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게을러져서 그마저도 안하게 된다. 그나마 다리가 부었을 때 엎드려서 엉덩이 치켜 올리고 종아리 스트레칭을 하는 정도. 그래도 마법에 한 번 걸릴 때마다 1자릿대가 바뀌어준 덕에 조금씩 1달동안 유지하다가 1킬로 쑥 내려가고 또 유지하고를 반복 중.


이상한 아이다

세뿅이에게 최근에 몇 가지 희안한 버릇이 생겼다.

일단 손을 엄청나게 오래 씻는다.
비누칠을 여러 번 하고 헹구기도 여러번 10분도 넘게 세면대에서 죽치고 있을 때도 많아서 물낭비도 그렇고 지켜보기도 힘들다 보니 바가지에 물을 부어서 비누를 옆에 두면 성에 찰 때까지 씻고 비누가 약간 묻은 손으로 다 했다고 달려올 때가 많다.
오늘도 한참을 화장실 문 앞에 앉아서 그러고 있길래 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펼쳐진 상황으로 짐작하건대 비누가 미끄러져 화장실 안쪽으로 날아가서 그걸 잡아 보겠다고 몸을 뻗치다 바가지를 엎고 나동그라진 것. 옷은 죄다 젖고 그러고도 바지를 벗겨주니 더 놀겠다고 해서 그래라 했다.

그리고 아마도 어린이집 선생님의 영향인 것 같은데 혀를 찬다.
아니 30개월도 안 된 애가 혀를 차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오늘 아침엔 삶은 계란을 까다가 힘조절에 실패해서 계란이 두쪽이 나버렸는데 그걸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쯧쯧쯧... 한다. 응용도 완벽한 수준이 아닌가. 아 물론 아무 의미도 없이 쯧쯧거릴 때도 굉장히 많다.

또 입을 다물고 주먹 쥔 손을 입가에 가져다가 목청을 가다듬기도 한다. 흠흠- 하면서. 주위 사람 중에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이것도 아마 어린이집 선생님 영향일 것 같다. 애늙은이 같음;;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은 한 3-4주 정도 쉰 것 같은데 다들 한계를 느꼈는지 슬금슬금 등원하는 애들이 늘고 있단다. 어제 원장선생님이 친히 전화를 하셔서는 세뿅이를 보내라고 하시네. 드디어 해방 ㅠㅠ
머리가 길어서 어린이집에 가면 머리를 묶어주시는데, 집으로 돌아오면 귀신같이 풀어달라고 징징거린다.

여전히 말을 안 하는데 답답해 미칠려고 하면서 왜 안하는지 알 수가 없다. 30개월이 넘어가도록 말을 안하면 어른이 적절히 개입해 주는 게 좋다던데 아직 좀 남았다고 버티는 중.
어제는 침대에서 뛰고 있는 세뿅이를 두고 돌아서 나오려고 하니까 갑자기 철푸덕 엎어지면서 "엄! 마..." 라고 외쳤다. 마치 엄! 이라는 말을 내뱉은 건 실수라는 듯 마..는 기어들어갔다. 이걸로 이놈은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내 추측에 확신을 주기도 했는데 왜 안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음. 내가 외국어를 배울 때도 어느 정도 유창할 때까지 입이 진짜 안 떨어지는 스타일이었는데 혹시 그런 성격인가 싶기도 하고.

말 빼고는 스스로 뭔가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바지도 스스로 입을 줄 알고, 달걀도 직접 까서 먹고, 목욕할 때 얼굴 씻으라고 하면 하고, 내가 칫솔질 해주는 건 싫어하면서도 치약 묻힌 칫솔을 올려두면 놀다가 어느새 치카치카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매우 어설픈 수준이지만 그럴 때 내가 옆에서 양치질을 하면 꽤 유심히 관찰을 하면서 따라 하려고 애를 쓴다.

가장 치명적인 건 뭔가를 던지고 때리는 건데, 말이 안 통하니 그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내긴 하는데 아직 이렇다할 효과는 없고 ㅠㅠ 어린이집에서 가끔 애들을 때리기도 하는 것 같아서 여전히 걱정. 물론 친구도 지지 않아서 꼬집혀 올 때도 있는데 그러면 오히려 안심이 되는 수준 -_- 이것도 말이 되면 차차 해결되려나 하고 혼내면서 기다리는 중.

사진은 패션테러리스트 수준으로 등원한 오늘의 세뿅이


앞자리 바뀜 몸 [training]

설을 기준으로 앞자리가 바뀌었다.
잠시 주말 행사가 있을 때를 제외하면 비교적 유지하고 있는 편.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면 20~30분 정도 트레드밀에 올라가 있는데 뛸 때는 페퍼톤스의 Ready, Get set, Go가 짱이다. 베이스 소리가 정확히 8.0킬로에 맞게 세팅되어 있어서 딱 뛰기 좋음. 1분 뛸 거 2분 뛸 수 있게도 해준다.

1년동안 나를 과롭히던 두드러기는 비싼 주사를 한 달에 한 번, 네 번 맞고 약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긴 투병이었어 ㅠㅠ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벌써 2월 중순이다. 이제 여행이 2달도 남지 않았는데 그 때까지 제발 코로나 사라져라!

다이어트 목표는 공언해 줘야 몸 [training]

올해의 여행이 99일 앞으로 다가온 오늘부터 식단조절을 시작한다!
지난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끔찍했던 사진발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
목표는 -7~-10kg이고 달성하면 가서 백을 하나 지르기로.

필라테스가 없는 날은 티파니의 허리운동을 꼬박꼬박 해주고 야식은 일절 금지.
간식은 저녁 전에 모두 먹고 저녁 이후에 먹을 수 있는 건 물과 커피.
우리집은 3층, 언니집은 6층, 필라테스는 7층. 혼자 다니는 모든 계단은 걸어서.

식단일기를 작성한다.


최애처럼 에잇팩은 못 만들지언정 납작한 배는 일단 목표로 삼으리라.


내 2019년은 어디로

마지막 2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운동을 주3회로 늘렸지만 밤 늦게까지 일하는 바람에 야식이 주체가 안 되어 체중은 늘어만 갔고
바빠서 세뿅이가 어떻게 컸는지 잘 기억이 안 나고 뭐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뿅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서 무사히 밤잠 쪽쪽이를 뗀 어린이가 되었다.
밤에 너무 늦게 자는 날은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잘 안 자는 바람에 가끔 낮에는 물고 자긴 하지만-새벽에 깨서 울 때도..
쪽쪽이 대신 손가락을 조금 빠는 경향이 있긴 한데 심각한 건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는 중.
이제 치카치카 양치도 즐길 줄 알고, 말귀도 적당히 알아듣고.
제일 걱정하던 TV중독은 세뿅이를 보러 올라오시는 할머니가 함께 TV를 끊고, 며칠 고장 났다고 아무 것도 안 나오는 화면을 보여줬더니 이제 우리집 TV는 안 나오는 건가 보다 하고 다른 거 하고 논다. 얼마나 다행인지.
마구 뛰어다니고 손을 잡아주면 계단을 한 발에 하나씩 오른다.
여전히 말하기는 안 되는 수준이지만 비명을 지르듯 엄마!를 부르고 무성음으로 작게 아파-(아빠)를 지칭하고 의성어를 곧잘 따라하고 요즘 의미를 알 수 없는 똥! 말하기에 꽂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귤을 먹고 싶을 때는 가끔 발음도 어려운 귤을 '율' 비슷하게라도 발음하려 할 때가 있다.

다만 이 추운 날에 장갑도 모자도 거부하고 레인커버까지 씌운 자전거를 안 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그냥 걸어서/커버 없는 유모차로 등원 중. 더 추워지면 탈지도 모르겠지만 안 타면 레인커버 아까워서 어쩌나..
며칠 전엔 세뿅이랑 몸으로 놀아주다가 어두운 데서 나한테 확 달려드는 바람에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뒤로 확 꺾였다. 정형외과에 가보니 인대가 늘어났다고 해서 잠시 쉬게 하는 중인데 은근 키보드 칠 때 새끼손가락도 기능키를 많이 눌러서 불편하다. 짜증나서 보호대를 끼고 있을 수가 없음.


그 외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낮잠 안 자는 게 올해 목표다.
밤에 덜 먹어야 그나마 인간다운 몸으로 돌아갈 것 같고 그러려면 일찍 자 줘야 하고.
극한 마감이 아니라면 최대한 일찍 자려고 한다. 1시 전에는?
물론 2-3시 넘기면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이짓인가 싶어서 짜증이 치밀어 올라 뭐라고 찾게 되는데 좀 줄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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