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성장

이사가 3주 뒤로 다가온 요즈음. 
신랑은 너무 바빠서 토요일을 제외하면 일요일이고 공휴일이고 몽땅 출근하지, 세뿅이가 잠들어야 퇴근하지, 
하여 세뿅이와 둘만의 시간을 맘껏... 보내는 중이다.

매우 평균적인 시기에 뒤집기를 하고 곧바로 배밀이 연습에 돌입하고, 이유식도 시작했고 다행히 잘 먹는 중이다.
키도, 손발도 부쩍 자란 게 느껴지고 결정적으로 무겁다... 
신랑이 늦어서 목욕도 내 담당이 되었는데 끝나고 나면 내 옷도 같이 세탁기로 들어가고 체온이 쑤욱 올라가는 기분.
다행히 목욕을 정말 좋아해서 머리 감을 때까지 징징대다가 물속에 넣어주면 어느새 조용..
이제 80사이즈는 꽉 끼어서 우주복은 못 입을 지경이고 85 정도가 적당, 90사이즈도 넉넉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밤잠이 길어져서 새벽이 좀 더 편해졌고, 낮잠도 30분씩 찔끔 자고 마는 경우는 줄고 있다.

이렇게 착한 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 안 통하는 생물과 하루종일 붙어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서, 이사를 하기 전까지 미친듯이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중. 그게 안 된다면 유모차를 끌고 외출을 한다. 힙시트로 이동하기에 요즘 날씨는 너무 가혹하다.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또 운전을 하더라도 아직은 뒷자리에 앉히고 움직일 만한 수준은 아니므로 멀리 가지는 못하는데 어떻게 나가든 들어오면 녹초가 되는데도 기어코 꾸역꾸역 나가고야 만다.

둘째조카가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언니집으로 들어갔는데 당시 나는 프리랜서라서 하루종일 방안에 들어박혀서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게 언니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형부에게 얼마나 큰 안심이 되었을지 상상이 간다. 표면적으로는 내가 얹혀 사는 것이었지만 그들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었을지도.
어쨌거나 방문만 열면 한마디라도 인간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위급할 경우에는 잠깐 뭔가를 부탁할 수도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참 좋았을 것 같다. 나도 오죽하면 친구한테 그냥 우리집에 놀러와서 낮잠이라도 자라고 할 정도니.

이사가기 전까지는 엄마의 지원도, 시어머니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후-
가면 언니가 있고, 나무가 있고, 문명이 있고, 문화센터 같은 것도 있겠지. 
2년만 살다 수원으로 내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언니의 은혜를 최대한 누리고 말리라.

통잠 비스무레하게 자고는 있지만 자다가 자꾸 뒤집는 통에 깨버리면 다시 뒤집어 놓으라고 징징대고
졸리면 그대로 엎어져 자는 세뿅이. 귀엽긴 하지만 성가시다. 
그래서 아이의 폭풍성장을 보면서 (그게 내 덕은 아니지만) 열심히 육아만 하는 삶도 꽤 보람차지 않을까 -아주 잠깐- 생각하다가도 아아.. 그래도 너무 버거울 것 같단 말이지.


오늘의 육아도 곧 끝날 시간이다.
아아.. 금요일이구나.

뒤집은 채로 엎어져 자는 중. 회전과 뒤집기는 세트인가 보다. 분명히 베개를 베고 잤는데... 
이 글을 쓰는 동안도 무려 3번이나 뒤집다 벽에 닿아서 징징거리는데- 아오 귀찮아.
정수리에 솟아있는 머리는 안 빠질 모양인 배냇머리.
단골 미용실 원장님이 출산선물로 머리를 다듬어 주시기로 했다. 
또 얼마나 남자아이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