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사고 기타

별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나는 12년차 (열혈) 피겨팬.
그래서 실시간으로 전해 들었던 데니스 텐의 사망소식이 더 끔찍했다.
08-09시즌 시니어 데뷔라 내가 한참 열심히 보기 시작한 때와 활동시기, 전성기가 딱 맞아 떨어지다 보니.
처음에는 다쳤다길래, 이번 시즌 어떻게 되나 걱정했는데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더라.
몇십분 단위로 속보가 뜨고 카자흐스탄 미디어에서 공식 사망뉴스가 뜨기 시작하는데 하-
말도 안돼- 하다가 신랑한테 전화가 온 순간 세뿅이를 안고 엉엉 울었다는 거.

그 주말에 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추모자리를 야외에 꾸며 놨길래 꽃다발 들고 찾아가서 방명록도 남기고 왔다.
일요일인데도 대사관 직원이 나와서 방명록 쓰겠냐고 물어보고 2층으로 안내해 주는데 
장례식장에서 조문객 받는 상주 같아서 뒤따라 가는데 엄청 울컥하더라.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차라리 그냥 은퇴하고 그 유명세로 다른 분야나 팠으면 섭섭하기만 했을 텐데.
아니 조금만 더 일찍 안무 받으러 캐나다 가지..
무슨 수도 한복판에서 백주대낮에 저 국민영웅을 못 알아보고 칼부림이 나게 만드냐.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한복판에서 박지성이 칼 맞은 거나 다름 없는 상황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치안을 가진 나라였던 건가, 데니스의 조국은? 싶어서 치를 떨다가,
그래도 그가 끔찍히 사랑한 나라였으니 다시는 그 나라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어나지 않기를 빌었다가..
오랜만에 좋은 경기들 한번씩 돌려보다가, 뭐 그랬다.

사실 이 친구가 늘 잘하는 선수도 아니고 부상도 많고 자주 아프고 그래서 한 시즌에 좋은 경기를 보여줄 때가 많아야 한두 번 정도인데 그 잘할 때가 워낙 인상적이다 보니 늘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응원을 했더랬다. 전에 좋아하던 야구딘이랑 스타일이 비슷해서-연기자 타입, 눈에 불꽃이 이글이글. 이 소식 전해지고 야구딘이 울면서 찍은 영상이 인스타에 올라오기도. - 더 정이 가기도 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뭐 의병장 후손이라서 이름 한 번쯤은 들어 봤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전세계 피겨계에 엄청난 충격일 만한 사건이었다. 세르게이 그린코프 요절 때는 아마 더했겠지만. 15살에 시니어 데뷔를 워낙 세게 해서 설레발 치는 해설들은 최연소 올림픽 챔피언 나오는 거 아냐? 할 정도였고, 올림픽에 무려 3번이나 나와서 활동기간만 11년. 무려 10시즌이다. 

안타까운 마음을 기억해 두려고 늦게나마 기록을 남긴다.




캐나다에서 열린 2013년 월드에서 1점 차이로 은메달을 딴 데니스. 
쇼트 프리 모두 경기내용이 아주 좋았고, 참고로 1점 차이로 금메달을 딴 건 캐나다의 패트릭 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순위 확정될 때까지 다 나오는 영상인데 해설이 캐나다라서 반응이 하하.. 
점수는 요즘처럼 인플레가 심하지도 않고 쿼드전쟁이 본격적이지 않을 때이니 감안하고 봐야 한다.

빙판에 키스한 순간이 선수생활 통틀어 3번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첫번째가 2009년 월드 프리-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시니어 데뷔 시즌.
두번째는 바로 이 경기-아티스트ost
세번째가 2015년 사대륙 프리-아마 카자흐스탄 전통음악. 유일한 메이저대회 우승.

2014 소치올림픽 프리 아가씨와 건달들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올림픽 영상은 구하기가 어렵다.
2010 밴쿠버올림픽 쇼트 싱싱싱도 좋음. 이건 영상 찾으면 바로 나오고.

기대했다가 실망할지언정 그래도 기다리게 만들었던 순간들이었는데,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다.
직관한 2015년 사대륙 프리는 아직까지도 피겨팬 인생 최고의 날. 네 최고의 순간을 함께해서 영광이었다. 
이제 영상으로만 만날 수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