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구워먹은 칠순여행-프롤로그 여행

원래 이 여행의 원래 일정은 7월 말.
그러나 언니의 갑작스러운 육아휴직->육아휴직 중 단독 해외여행은 절대 안 됨->조카 동반 필수->어차피 날짜는 상관 없게 되었으니 위약금 물더라도 성수기를 최대한 피해서 싸게가자->하지만 세뿅이를 봐줄 신랑의 휴가일정은 빠를수록 좋음.
이러다 보니 2주 후 티켓을 알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마감에 허덕이는 가장 바쁜 시기에. 세 가족(농사+마감+직장인 휴가) 일정을 고려해서 날짜를 몇 번이나 바꾸고, 투어일정도 3번쯤 바꿨던가. 결정권 없는 행동대장이란 너무나 고달프다.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일정과 가격을 찾아 3일 동안 미친듯이 클릭질해서 확정한 것이 이것. 어른 기준 70만원대 초반.

악명 높다는 유나이티드의 압박도 가격 아래 무릎을 꿇고 문제의 이 항공사를 이용하게 된다.
출국일과 귀국일엔 정말 수난의 날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는데 일단 출국일.
마감 때문에 1시간 반밖에 자지 못했고, 마법에 걸려 있었고, 탑승구 앞에서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이용한 나는 파우치를 화장실에 두고 비행기를 타게 된다....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내가 그랬을 리가 없는데! 하고 현실을 부정했지만 정말 놓고 탔더라고. 비행기 안 화장실에는 여성용품이 구비되어 있다 물론! 그러나 그것은 날개가 없고, 두껍고, 불편하다.
자리가 좀 남아서 가족들이 여기저기 분산되어 앉아있던 탓에 잠시 다리를 뻗고 자던 나는 잘못된 자세로 인해 속옷이... 대참사(까진 아니었지만 체감으로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샌프란시스코 경유는 수화물을 다 찾았다가 조금 이동한 뒤 다시 투입구로 던져넣어야 하기에 여기에서 짐 빼면 되겠다! 했는데 이게 웬일.. 트렁크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다. 잠그면서 뭔가를 잘못 건드린 듯.. 하여 트렁크는 그냥 던지고 급한대로 편의점에서 여성용품을(날개 달린) 사서 긴급조치를 취하고 밴쿠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밴쿠버공항 도착 후 투어팀과 합류하기 전 식사를 하는 동안 일일이 번호를 맞춰가며 트렁크 열기 성공. 

그제서야 겨우 몸과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사족: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유대기가 2시간이어서 부모님에 조카 둘까지 커버하기 버겁지 않을까 했는데 좀 서두르니 무리 없이 탈 수 있었다. 입국심사 앞에 있는 기계가 워낙 대수가 많아서-한국어 지원도 되고-생각보다 시간이 안 걸린다. 경유니까 심사 질문도 간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