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칠순여행1-밴쿠버 여행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으로 가는 동안 느낀 건,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것. 올림픽 치르면서 새단장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원주민 테마로 예쁘게도 꾸며 놨더라. 꽤 규모가 있는 공항인데도 천장이 높지 않아 그런지 아늑한 느낌까지. 안타깝게도 그때 나는 얼른 짐을 찾아서 화장실에 가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놓은 게 거의 없다.


이게 다임.. 허허허허.

푸드코트에는 애들이 먹을 만한 패스트푸드가 몇 개 있고, 우리가 먹을 만한 건 쌀국수 정도밖에 없더라. 그래도 그게 어디냐 하고 잘 먹었지만.
2시에 투어참가자들이 모두 모이고 개스타운-캐나다플레이스-스탠리공원을 잠깐씩 보는 동안 날씨는 우중충, 캐나다플레이스에서는 꽤 비가 내려서 우산을 찾았는데 놀랍게도 세 가족 중 우산을 챙긴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
개스타운은 멋진 가구샵이 눈에 띄었고, 캐나다플레이스에선 알래스카로 떠나는 크루즈를 배웅했고, 지하상가 스벅에서 플랫화이트를 마셨는데, 그 멋진 스탠리공원을 버스로만 돌려니 아쉽긴 했다. 심지어 마자막날 숙소가 스탠리공원 가까이에 있었는데 도무지 나갈 엄두가 안 나서 결국 스쳐간 것이 끝이었다. 자유여행으로 왔으면 절대 이런 일정으로 다니지 않았을 텐데.

사실 밴쿠버 시내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냥 휘휘 보기만 하고 사진도 거의 안 찍고 어슬렁거렸다. 너무 긴 하루여서 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교민과 함께하는 여행사답게 저녁식사로 감자탕을 먹고 일찌감치 변두리에 있는 호텔로 갔는데 룸컨디션이 꽤 좋았다. 베스트웨스턴 계열 INN이었는데 다른 건 몰라도 매트리스 하나는 최고.
물론 긴 하루에 지친 것도 있고, 밤중에 나를 깨우는 세뿅이도 없고, 퀸사이즈 침대를 나 혼자 차지한 채 휴족시간을 턱턱 붙이고 자니까 더 꿀잠이기도 했지만. 여행 내내 잠은 원 없이 자서 정말이지 행복했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앞머리만 살짝 묶었더니 저꼴.. 나는 옆모습으로 찍어주세요 했더니 아빠가 찍어놓은 결과물이 이꼴이다.
모두들 애들 찍기 바쁘지 나는 아~무도 안 찍어줘 하고 투덜거렸는데, 나중에 앨범 만들려고 사진 모아보니 그래도 내 사진은 많은 편. 나는 나를 챙기지만 나머지 어른들은 애들 챙기기 바빴거든.-_-;

페리에서 내리면 다시 버스를 20-30분 달려 이너하버에 내려주는데 가이드가 동선까지 다 정해준다. 이렇게.

BC주정부 청사 앞에 내려서 임프레스호텔과 이너하버를 구경하며 푸드코트가 있는 쇼핑센터까지 걸어올라가서 식사를 한 후 다시 내려와서 여기저기 사진찍고 놀다가 박물관 앞에서 만나자고. 그리고 1시간 30분을 준다. 밥을 먹으라는 거냐 마시라는 거냐..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쇼핑몰 위로는 올라가지 말라는 가이드의 조언을 무시하고 커피가 맛있다는 happy hey까지 두블럭을 더 올라갔다. 위험해서가 아니라 가봤자 별 거 없어요, 수준의 코멘트라서 뭘 구경할지는 내가 결정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진한 라떼 두잔을 사서 바다를 따라 난 와프스트리트를 내려오는 게 내 계획이었는데, 하나 고려하지 못한 것은 테이크아웃 잔에 뚜껑이 없었다. 뜨거운 라떼를 들고 조심조심 몇 블럭을 걷기란 매우 힘든 일이라서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즈음에 손에 조금 쏟고 말았다... 라떼아트는 진즉에 다 사라지고 없었지.
어쨌거나 이너하버를 따라 구경하면서 내려온 건 좋았는데 손이 자유롭지 못했던 관계로 사진이 없다.

아 물론 나는 지갑이자 이 여행의 총책이기 때문에 안내받은 쇼핑몰에서 밥을 먹긴 먹었다. 가이드는 캘리포니아롤 같은 걸 추천해 줬지만 나는 별로 당기지 않아서 맞은편에 있는 야키소바집을 선택했다. 아빠랑 두런두런 메뉴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는데 카운터 보시는 분이 한국인이다. 럭키! 철판에서 일하시는 분은 일본인 같았지만 내가 일본어 할 수 있는 걸 알 리 없는 그는 짧은 한국어로 몇마디 인사를 건넸다. 이것도 적당히 빨리 나오니 이걸 먹어도 된다만, 시간이 많다면 절대 푸드코트를 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여긴. 바깥이 잘 보이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택하겠지.



 버스 내리자마자 대충 셔터를 눌러서 남은 건 이것 뿐. 이렇게 다니고 싶진 않았지만 나는 효도여행을 온 것이니 어쩔 수 없어. 그냥 혼자 여유롭게 외국거리를 걸은 것으로 만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