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의 사회생활

세뿅이는 며칠 전 22개월에 들어섰다.
답답하게도 여전히 말은 하지 않아서 나도 답답하고 본인도 답답하고 일일이 내 손을 잡아 끌다 통하지 않아서 엉엉 울고 마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게 아플 때는 더해서, 요즘처럼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고 콧물이 날 때는 더 엉망이다.
게다가 이번 감기약은 달콤하지가 않은지 영 먹기를 싫어해서 제대로 먹이기가 힘들었는데, 며칠 전 어린이집 선생님을 마트에서 만났다. 약을 통 먹기 싫어하더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어 그래요? 약 먹자~ 하니까 바닥에 가서 눕고는 입을 아- 벌리던데요?" 라고 해서 나를 벙찌게 만들었다. 세뿅이도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근데 나한텐 왜그래-_-

전에는 하지 않던 낯가림이 생겼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가린다. 몇 번 마주친 사람한테는 손도 흔들어 주지면 대체로 낯설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왜 변한 거지.

삐칠 줄 아는 어린이. 제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생기면 몸을 홱 돌리고는 가버리는데, 며칠 전에는 그 짧은 팔로 팔짱을 끼고 싶었지만 그것이 되지 않아 적당히 팔짱을 끼는 것처럼 보이는 자리에 팔을 갖다 두고는 제 갈 길을 가버렸다. 이름을 불렀더니 잠시 뒤를 돌아보고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돌린다. 그 작업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평소대로 돌아오는데, 일련의 과정 자체가 너무 웃겼다.

어젠 잠깐 집에 짐을 챙겨 나갈 일이 있어서 세뿅이를 현관에 세워 두었는데, 집에 들어오는 것인 줄 알았던지 혼자서 신발을 다 벗었더라. 점점 생활의 스킬이 생기고 있다. 장난감 차문 손잡이을 누르면서 당기는 멀티작업도 가능하고, 기계를 보면 이리저리 만져보는데 나름 이걸 누르면 저게 나올 것 같다 하고 열심히 고민하고 누르는 게 보인다. 아무래도 이과 인간인 것 같기도 하고.

버스와 비행기, 오토바이를 보면 꼭 아는 척을 한다. 트럭이나 레미콘 같은 것도.

우리가 너무 바쁘고 찌들어 있어서 키즈카페도 한 번 가본 적이 없는 세뿅이라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마침 내일 홀로 육아의 기회-_-가 생겨서 키즈카페에 가보기로. 구청에서 운영하는 공원 안에 무료 키즈카페인가 뭔가가 있다던데 제발 좋아했으면. 
 

덧글

  • 라비안로즈 2019/10/28 01:20 #

    애들은 본능적으로 아나봐요. 떼써도 될 사람과 떼쓰면 안될 사람...
    둘째 이빨 닦이는데' 이' 를 안해서 어금니 닦이는게 힘든데... 병원에 가니 '이'입모양을 잘하더라구요. ㅡㅡ;;;
    그래놓고 집에와선 못한다고.

    애들은 은근히..사람을 가리나 봅니다.
  • imnew 2019/10/30 00:31 #

    아 진짜 그런 거 같습니다. 오늘 저녁엔 약 잘 먹으면 젤리 주겠다고 꼬셨더니 넘어오더군요. 기가 차서...
  • 나녹 2019/10/29 02:33 #

    요즘 아주 주말마다 최소 1분노 하셔서 피곤합니다-_- 잘 놀다가도 갑자기 뭐가 원인인지도 모르게 터지니까 답답하네요.

    키즈카페건 남의집이건 처음 보는 놀거리가 있으면 대체로 좋아하더라고요. 좋은 시간 보내고 오셨길 바랍니다.
  • imnew 2019/10/30 00:32 #

    주말마다 1분노요! 저는 하루 1분노가 최소입니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악을 쓰며 울어대는데 머리가 땀범벅이 되어서는 진이 다 빠집니다 ㅠㅠ 그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신나 하는데 어찌나 어이가 없는지요. 말이 터질듯 안 터지는 시기라 더 답답한 것 같아요.

    키즈카페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돌아올 때 울더군요 ㅋ
  • 나녹 2019/10/30 02:00 #

    평일에는 어린이집이라 분노가 터질 지경까지는 잘 안 가거든요. 어린이집에서 터트리고 오던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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