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아이다

세뿅이에게 최근에 몇 가지 희안한 버릇이 생겼다.

일단 손을 엄청나게 오래 씻는다.
비누칠을 여러 번 하고 헹구기도 여러번 10분도 넘게 세면대에서 죽치고 있을 때도 많아서 물낭비도 그렇고 지켜보기도 힘들다 보니 바가지에 물을 부어서 비누를 옆에 두면 성에 찰 때까지 씻고 비누가 약간 묻은 손으로 다 했다고 달려올 때가 많다.
오늘도 한참을 화장실 문 앞에 앉아서 그러고 있길래 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펼쳐진 상황으로 짐작하건대 비누가 미끄러져 화장실 안쪽으로 날아가서 그걸 잡아 보겠다고 몸을 뻗치다 바가지를 엎고 나동그라진 것. 옷은 죄다 젖고 그러고도 바지를 벗겨주니 더 놀겠다고 해서 그래라 했다.

그리고 아마도 어린이집 선생님의 영향인 것 같은데 혀를 찬다.
아니 30개월도 안 된 애가 혀를 차다니 웃기지도 않는다. 오늘 아침엔 삶은 계란을 까다가 힘조절에 실패해서 계란이 두쪽이 나버렸는데 그걸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쯧쯧쯧... 한다. 응용도 완벽한 수준이 아닌가. 아 물론 아무 의미도 없이 쯧쯧거릴 때도 굉장히 많다.

또 입을 다물고 주먹 쥔 손을 입가에 가져다가 목청을 가다듬기도 한다. 흠흠- 하면서. 주위 사람 중에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이것도 아마 어린이집 선생님 영향일 것 같다. 애늙은이 같음;;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은 한 3-4주 정도 쉰 것 같은데 다들 한계를 느꼈는지 슬금슬금 등원하는 애들이 늘고 있단다. 어제 원장선생님이 친히 전화를 하셔서는 세뿅이를 보내라고 하시네. 드디어 해방 ㅠㅠ
머리가 길어서 어린이집에 가면 머리를 묶어주시는데, 집으로 돌아오면 귀신같이 풀어달라고 징징거린다.

여전히 말을 안 하는데 답답해 미칠려고 하면서 왜 안하는지 알 수가 없다. 30개월이 넘어가도록 말을 안하면 어른이 적절히 개입해 주는 게 좋다던데 아직 좀 남았다고 버티는 중.
어제는 침대에서 뛰고 있는 세뿅이를 두고 돌아서 나오려고 하니까 갑자기 철푸덕 엎어지면서 "엄! 마..." 라고 외쳤다. 마치 엄! 이라는 말을 내뱉은 건 실수라는 듯 마..는 기어들어갔다. 이걸로 이놈은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내 추측에 확신을 주기도 했는데 왜 안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음. 내가 외국어를 배울 때도 어느 정도 유창할 때까지 입이 진짜 안 떨어지는 스타일이었는데 혹시 그런 성격인가 싶기도 하고.

말 빼고는 스스로 뭔가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바지도 스스로 입을 줄 알고, 달걀도 직접 까서 먹고, 목욕할 때 얼굴 씻으라고 하면 하고, 내가 칫솔질 해주는 건 싫어하면서도 치약 묻힌 칫솔을 올려두면 놀다가 어느새 치카치카 하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매우 어설픈 수준이지만 그럴 때 내가 옆에서 양치질을 하면 꽤 유심히 관찰을 하면서 따라 하려고 애를 쓴다.

가장 치명적인 건 뭔가를 던지고 때리는 건데, 말이 안 통하니 그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내긴 하는데 아직 이렇다할 효과는 없고 ㅠㅠ 어린이집에서 가끔 애들을 때리기도 하는 것 같아서 여전히 걱정. 물론 친구도 지지 않아서 꼬집혀 올 때도 있는데 그러면 오히려 안심이 되는 수준 -_- 이것도 말이 되면 차차 해결되려나 하고 혼내면서 기다리는 중.

사진은 패션테러리스트 수준으로 등원한 오늘의 세뿅이


덧글

  • 2020/03/20 16:2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0/03/21 02:1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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