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이사 뒤로 미뤄놓다가 드디어 이사를 하고 이것저것 급한 일들을 처리하고 엄마까지 내려가고 며칠동안 세뿅이랑 둘이서 지내야 하는 주다. 신랑은 3달 가까이 부재중.
언어치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내가 너무 바빠서 그래 이사가면 꼭 센터에 가보자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내려가고 우리 둘만 남은 다음날부터 세뿅이가 말도 안되는 언어발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둘이 자려고 누워서 책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애매한 발음으로 '같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헐! 이건 뭔가 되려나 싶어서 "같이 가요"를 가르쳐 줬더니 어렵게 발음해 내고는 내 손을 끌었다. 한 번에 여러 권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한권씩 가지고 와서 여러 번 연습을 했더니 마지막엔 꽤 괜찮게 발음할 수 있게 됐다.
어젠 목욕할 때 머리를 감기러 들어가려고 했더니 '이따, 이따'라고 하고는 손바닥을 밀면서 '가-, 가-'라고 한다. 허얼.... 이게 무슨 천지개벽이지. 몸을 닦아줄 때는 기분이 좋은지 노래를 부르는데 그때까진 허밍으로 부르던 반짝반짝 작은 별을 가사가 들리게 부르고 있어??
소파에서 책을 읽을 때는 자기가 아는 단어는 다 짚어가면서 얘기하고 심지어 책 내용을 외워서 페이지를 잘못 펼쳐도 거기에 처음 등장하는 의성어를 말하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기쁘고 신기해서 온 동네방네 자랑을 했는데 전화하는 중에도 하트를 만들어 보이면서 '하트-'라고 해서 할머니를 기쁘게 했다.
잘 때도 혼자 뒹굴거리면서 곰세마리를 부르고 있고(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까지 식별 가능하게 들림) 며칠 전에 다시 가르쳐준 '안아줘요'를 혼자 연습하고. 뭔가가 되려나? 싶은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고 있다. 이 정도면 센터고 뭐고 입이 터지겠는데? 싶고. 따라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말하는 걸 이미 작게 따라하면서 연습한다.
오늘부턴 저녁에 동요도 틀어놔야겠다.
새 어린이집은 오전에 운영을 안하는 체육관을 빌려서 아이들이 뛰어놀게 하는데 거기 있는 트램펄린에서 땀이 나도록 뛰고 공놀이도 해서 힘을 뺀 덕에 낮잠을 자고도 저녁에 덜 징징거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다행히 적응은 잘하는 중이라 3일만에 낮잠을 자고 조금씩 시간을 늘리는 중. 아직 말을 잘 안하는 거 같지만 나아지겠지.
문제는 5세반까지 있던 이 어린이집에 너무 마음을 놓고 있다가 내년에 5세반 개설이 어려울 것 같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를 유치원에 넣긴 너무 부담스럽고 일단 걸어서 갈 수 있는 다른 어린이집에 대기는 걸었는데 순번이 너무 뒤라 어쩔 수 없이 유치원은 알아보기로...했지만 이미 일반모집추첨까지 끝난 상태. 근처 유치원 3군데에 일단 전화해서 읍소하니 다들 우선모집대상이었다며 엄청나게 안타까워했단다. 흑 모르겠다. 설마 내년에 가정보육 해야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영유나 놀이학교에 보낼 순 없으니 ㅠ
배변훈련은, 일단 기저귀는 미개봉 제품은 팔아치웠고 뜯어놓은 건 창고에 있는데 이것도 도무지 필요가 없어서 나눔할까 생각중.
또 연습용 변기를 치웠더니 그렇게 거부하던 유아시트를 놓고 응가를 하는데 성공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세팅해 달라고 요구한다. 혼자서 쉬하러 다녀오라고 하면 혼자 시트 올리고 서서 볼일을 보고 나서 다시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거나 쉬야에게 안녕하고 손을 흔든 후 돌아오는 식. 밤에 실수를 한 건 두번쯤 있었는데 자기가 실수한 걸 깨닫고는 굉장히 놀란 것 같았다. 그 뒤로 한참 조용해서 방수시트도 안심하고 빨아놓고 그냥 침대에서 자버린다.
자꾸 이러니까 세뿅이가 굉장한 똑쟁이가 아닐까 의심하는 중. 말하는 게 너무 느려서 아기취급을 하고 너무 기대를 안했더니 뭔가 발전할 때마다 놀라움이 배가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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