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월-빠른 성장기

모든 것을 이사 뒤로 미뤄놓다가 드디어 이사를 하고 이것저것 급한 일들을 처리하고 엄마까지 내려가고 며칠동안 세뿅이랑 둘이서 지내야 하는 주다. 신랑은 3달 가까이 부재중.

언어치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내가 너무 바빠서 그래 이사가면 꼭 센터에 가보자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내려가고 우리 둘만 남은 다음날부터 세뿅이가 말도 안되는 언어발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둘이 자려고 누워서 책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애매한 발음으로 '같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헐! 이건 뭔가 되려나 싶어서 "같이 가요"를 가르쳐 줬더니 어렵게 발음해 내고는 내 손을 끌었다. 한 번에 여러 권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한권씩 가지고 와서 여러 번 연습을 했더니 마지막엔 꽤 괜찮게 발음할 수 있게 됐다.
어젠 목욕할 때 머리를 감기러 들어가려고 했더니 '이따, 이따'라고 하고는 손바닥을 밀면서 '가-, 가-'라고 한다. 허얼.... 이게 무슨 천지개벽이지. 몸을 닦아줄 때는 기분이 좋은지 노래를 부르는데 그때까진 허밍으로 부르던 반짝반짝 작은 별을 가사가 들리게 부르고 있어?? 
소파에서 책을 읽을 때는 자기가 아는 단어는 다 짚어가면서 얘기하고 심지어 책 내용을 외워서 페이지를 잘못 펼쳐도 거기에 처음 등장하는 의성어를 말하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기쁘고 신기해서 온 동네방네 자랑을 했는데 전화하는 중에도 하트를 만들어 보이면서 '하트-'라고 해서 할머니를 기쁘게 했다.
잘 때도 혼자 뒹굴거리면서 곰세마리를 부르고 있고(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까지 식별 가능하게 들림) 며칠 전에 다시 가르쳐준 '안아줘요'를 혼자 연습하고. 뭔가가 되려나? 싶은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고 있다. 이 정도면 센터고 뭐고 입이 터지겠는데? 싶고. 따라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내가 말하는 걸 이미 작게 따라하면서 연습한다. 
오늘부턴 저녁에 동요도 틀어놔야겠다.

새 어린이집은 오전에 운영을 안하는 체육관을 빌려서 아이들이 뛰어놀게 하는데 거기 있는 트램펄린에서 땀이 나도록 뛰고 공놀이도 해서 힘을 뺀 덕에 낮잠을 자고도 저녁에 덜 징징거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다행히 적응은 잘하는 중이라 3일만에 낮잠을 자고 조금씩 시간을 늘리는 중. 아직 말을 잘 안하는 거 같지만 나아지겠지.
문제는 5세반까지 있던 이 어린이집에 너무 마음을 놓고 있다가 내년에 5세반 개설이 어려울 것 같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를 유치원에 넣긴 너무 부담스럽고 일단 걸어서 갈 수 있는 다른 어린이집에 대기는 걸었는데 순번이 너무 뒤라 어쩔 수 없이 유치원은 알아보기로...했지만 이미 일반모집추첨까지 끝난 상태. 근처 유치원 3군데에 일단 전화해서 읍소하니 다들 우선모집대상이었다며 엄청나게 안타까워했단다. 흑 모르겠다. 설마 내년에 가정보육 해야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영유나 놀이학교에 보낼 순 없으니 ㅠ

배변훈련은, 일단 기저귀는 미개봉 제품은 팔아치웠고 뜯어놓은 건 창고에 있는데 이것도 도무지 필요가 없어서 나눔할까 생각중. 
또 연습용 변기를 치웠더니 그렇게 거부하던 유아시트를 놓고 응가를 하는데 성공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세팅해 달라고 요구한다. 혼자서 쉬하러 다녀오라고 하면 혼자 시트 올리고 서서 볼일을 보고 나서 다시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거나 쉬야에게 안녕하고 손을 흔든 후 돌아오는 식. 밤에 실수를 한 건 두번쯤 있었는데 자기가 실수한 걸 깨닫고는 굉장히 놀란 것 같았다. 그 뒤로 한참 조용해서 방수시트도 안심하고 빨아놓고 그냥 침대에서 자버린다. 

자꾸 이러니까 세뿅이가 굉장한 똑쟁이가 아닐까 의심하는 중. 말하는 게 너무 느려서 아기취급을 하고 너무 기대를 안했더니 뭔가 발전할 때마다 놀라움이 배가되는 것 같다.